공동리더강창국(용인 양지)
강창국(용인 양지) 행정사

 

늙는다는 착각
 
   10월을 시작한다. 동네 어귀의 논에는 벼가 누래지고 이삭이 맺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가을이구나 하는 느낌에 고개 숙인 벼를 보면서 ‘어른’ ‘어른다움’같은 말들을 떠올렸다. 우리 사회 어디에도 어른이 없다고 쉽게 말하곤 한다.
정말 어른은 없고 노인만 있는가? 오늘은 ‘노인의 날’이다. 인생의 경로는 생로병사라는 말로 압축된다.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노(老), 노화란 무엇일까?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일까? 몸은 기능이 떨어지고 인격은 원숙해지는가?
  요즘 몸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낀다. 몸이 약해졌나? 겨우 환갑을 지나는데 이제 바야흐로 노화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나는 일찌감치 프리랜서의 생활에 들어섰지만, 일반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올해로 거의 정년퇴직을 하고 있다.
어쩐지 기운이 생생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냥 느낌적 느낌으로.
작년 올해 직계 어른들이 다 돌아가셔서, 명절이 되어도 찾아 뵈어야 할 어른이 안계시다는 것이 또 나를 어쩐지 늙었네 순서탔네 하는 느낌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견주어 나의 기대수명은 몇 살까지로 잡아야 할지 머릿속은 복잡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가을은 조금은 전에 없이 쓸쓸한 기분도 든다.
올해 내내 강의 개발을 목적으로 삼고 노년학, 평생교육, 뇌과학, 기억, 심리, 치매 등에 관한 책과 연구 결과물들을 공부하면서, 결국은 노화라는 몸의 변화를 겪는 노년기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쩐지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막연한 불안감과 서글픔이 있다.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후배가 선물해 준 책 <늙는다는 착각>을 읽었다.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저자는 에렌 랭어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 번역 변용란, 출판 유노북스 2022.
저자 에렌 랭어 교수는 일찍이 1979년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노화와 인간의 한계, 고정관념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하며 심리학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라 세계적인 심리학자의 반열에 오른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종신교수라고 한다.
“... 나이는 재해석을 요구한다. 왜 우리는 질병과 쇠약을 나이에 융합하는가? 왜 우리는 50세가 넘으면 감각, 성욕, 균형, 지구력이 줄어든다고 가정하는가? 그렇게 말한 이는 누구이며, 그것이 진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무엇인가?”(103쪽)
“... 질병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과정에 심리 요인이 일부 작용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일한 의문은 그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없다. 만약 그 비중이 크다고 추정한다면 몸에 대한 통제 가능성도 급격히 증가한다”(140쪽)
“...노화가 쇠락이 아닌 변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율성을 부추기고, 적극적으로 분별력을 키우며, 자신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렇게 나이를 근거로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는 편이 훨씬 낫다.”(303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화가 곧 질병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과감하게 마음가짐을 바꾸어 의식을 집중하면서 노화를 ‘변화’요 ‘발달’로 보면서 우리 삶을 끝까지 행복하게 누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는 건강하게 생활하는 장수 어르신들이 제법 많이 있다. 백세 건강 노인들의 장수비결이 각자 다르기는 하지만 이분들의 마음가짐이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라는 공통점을 느낀다. 나 스스로에게도 또 이제 막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벗들에게 나이 든다고 느끼거나 혹시 어떤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먼저 한계를 긋거나 포기하지 말고, 그저 사는 동안 가끔씩 뛰어 넘었던 허들이라고, 조금 도움닫기해서 훌쩍 넘어가자고 다독여야겠다.
  늙는다고 착각하지 말고, 매일 매순간 어떻게 즐겁게 살 것인지에 의식을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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