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선거 끝나고, 다시 돌아온 개발의 시대- 노원신문 사설

욕망의 과밀화와 안정적인 주거

기사입력 2022-03-14 13:52

선거 끝나고, 다시 돌아온 개발의 시대

욕망의 과밀화와 안정적인 주거

탄핵으로 이전 정권을 교체한 지 5년 만에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는 박빙의 승부 끝에 윤석열의 손을 들어주었다. 후보자질, 성 평등과 세대통합, 대외 기조 등도 중요한 이슈였지만 이번 선거의 핵심은 부동산 문제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많은 사람들, 그에 비해 앉아만 있어도 다른 이의 연봉 몇 배의 수익을 얻는 부동산자산가와의 극명한 대비는 지금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뒤늦게 문제를 인정하고 미숙한 제도로 규제하려 했지만 절망만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정비사업 활성화와 부동산 세제 완화를 공약했던 만큼 새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도심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안전진단 때문에 번번이 제동이 걸리는 노원구의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선거 전 발표된 ‘도시계획2040 서울플랜’에서는 현재의 35층 제한을 폐지한다고 한다. 또 개발밀도를 제한하는 용도지역제를 개편해 서울 전역 도보 30분 범위 내 주거·일자리·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집은 단순히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다.’라고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은 올라도 너무 오른 집값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노원구의 대선 투표 결과를 살펴봐도 재건축, 재개발 수요가 큰 지역에서 윤석열 지지표가 많은 흐름을 보인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강북지역을 휩쓴 한나라당의 뉴타운 공약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개발의 수요는 드러난 셈이다.

이 모든 것이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반이 넘는 170석의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위해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로 민심의 회초리를 맞았다는 사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도 부동산 세제 완화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하며 윤석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 또 곧 6월이면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혼란은 여전하겠지만 반대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로 주택 공급은 확대되겠지만 정비사업 기대에 집값이 뛰는 주택시장 불안정도 예상된다. 주거는 삶의 근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쉴 자리도 필요하고, 일할 거리도 필요하다.

인구절벽이 다가오고 있는데, 수도권에 빼곡하게 주택만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성찰하지 않고 실행하면 이전 정권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 그만큼 고통도 가중될 것이다.

952 (100-b@hanmail.net)  노원신문 제보ㆍ광고문의: 02-3392-0001

SNS 기사보내기
노원신문
저작권자 © e고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