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시 가족 여러분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시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또한 소망하시는 것들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친환경무상급식과 시립대 반값등록금 결정,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단계적 전환, 온라인 취임식,예산확정과 조직개편 등이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기억됩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의회와 우리 집행부는 견제와 협력이라는 수레의 양바퀴와 같은 관계를 복원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허광태 의장님과 시의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게 지난 시간 -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마치 빙하가 가득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과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가장 큰 빙하는 바로 뉴타운과 재개발이었습니다.

취임 후 내내 제 머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바로 뉴타운 재개발을 둘러싼 찬반 목소리,이해관계자간 갈등, 그 주민들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얽히고 섥힌 이 난맥상들을 어떻게든 풀어내겠습니다.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다양한 의견의 전문가들과 토론도 하며 그 방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갈등은 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공원과 거리에서 흡연을 금하는 사안에서, 서울 광장의 스케이트 장 개설까지,하나도 간단한 일은 없었습니다. 시청을 나서면 만나는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선물하시지만,크고 작은 숙제도 늘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단 한 순간도 그 숙제들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늘 현장에 있으려 했습니다. 시민의 삶에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라는 시민의 엄중한 명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시민 여러분께서는 여러 번 깨우쳐주셨습니다. 성장 일변도와 무차별적인 경쟁은 우리의 삶을 황폐화 시킨다! 승자 중심의 세상은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그러니, 함께 살아갈 방법을 만들어 내자! 라고,바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아니 피폐해진 삶의 현장을 통해 시위하고 계십니다. 이제 서울시는 시민 여러분의 그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나아갑니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시 가족 여러분.저는 지난해 12월 23일과 24일 이틀간,무박2일의 현장투어를 하면서 우리 서울의 소외된 지역들을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엄마와 함께 모텔방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노숙의 위기, 그 벼랑에 몰려 한 평도 안 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60만 시민이 있습니다. 편찮으신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워 사시는 할머니는 이 겨울, 손자와 함께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하고 계십니다. 곧 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면,그 나마 몸 누일 방 한 칸을 잃게 되십니다.

그 뿐입니까? 이웃이 사라집니다. 할머니 대신 폐지와 캔을 주워 주고 방문 앞에 우유 한 통이라도 두고 가는 평생의 동네 친구와 이별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체 그 할머님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모텔방 아이들은 어디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작지만 소중한 삶들을 몰아내는 이 도시가 저는 너무 두렵습니다. 두려움은 전염됩니다. 중산층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어느 누구의 아픔도 간과 할 수 없습니다. 아픔을 알고, 그것이 두렵다면, 행동해야 합니다. 희망을 발견해야 합니다. 아니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것이 서울시가 할 일이고,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팔순이 넘으신 노구를 이끌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어려운 이웃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시는 할머님.당신도 한 부모 가족의 가장이면서 동네 곳곳의 더 어려운 이웃을 살펴 작은 도움의 손길들과 연을 맺어주시는 나눔반장’님.방학이라 급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끼니를 마련해주시는 동네 식당 사장님.저는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짜 희망, 진정한 영웅들이 서울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엄중하지만 주저하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중심의 도시, 희망이 되살아나는 도시, 우리가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서울시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선택합니다. 새롭게 시작합니다.

서울 시민 복지 기준선을 확립하고,복지 사각 지대를 최소화 할 것입니다. 집 걱정을 덜어드리는 일과,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공부할 수 있는 여건과 창조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또한 가계 부채에 시달리는 각 가정에 힘이 되어드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겠습니다. 도시의 안전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우선 살피고,재난은 예방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더불어 사람의 마을을 회복해나가겠습니다.

마을 공동체를 회복한 서울은 나아가 환경 도시로 생태 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또한 올 해 있을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시 행정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정세 역시 서울의 삶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긴장을 풀고 평화를 여는 작은 일이라도 모색해 보겠습니다.

밖으로는 각종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만들어 국제도시 서울의 위상을 확립하고,안으로는 내부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중앙 정부와의 협력도 긴요합니다. 이제 곧 새롭게 구성될 국회와도 협력을 구할 것입니다. 참된 지방 분권의 시대에 맞는 법률적인 개선 역시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서울만의 이름이 아닙니다. 지방과의 균형 발전과 수도권과의 연계도 현명하게 풀어나가겠습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많은 어려움과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 지표들이 올 한 해 살림살이가 녹녹치 않을 거라 말합니다.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 경기 회복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우리 사회의 이분법적인 갈등의 양상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올 한 해, 저는 그 단초라도 마련하겠습니다. 단 한 순간도 뒤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럴 방법도,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크고 작은 모든 문제에 맞서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그렇게, 서울시는, 우리 시민들의, 기댈 언덕이 될 것입니다. 작년 우리는 유능한 인재들과 헤어지는 아픔이 있었지만,큰 틀에서 서울시의 인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조직의 힘이 약동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제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동료이고 동지들입니다.

저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이제 임진년, 흑룡의 해가 밝았습니다.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하게 삶을 이끌어 오신 모든 시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때때로 힘들고 지칠 때는 서울시에 기대십시오.

 아니, 서울시를 디딤돌 삼아 희망의 언덕에 이르십시오.

 시민이 시장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2년 1월 1일

         서울시장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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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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