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발행인
김창호 발행인
얼마 전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K선배를 만났는데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혼돈은 집권층의 인재발탁을 위한 정무적 기능의 결여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반상의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도 천민출신을 이순신 장군의 직급보다도 높은 팔도도원수로 천거한 영의정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시대에 이러한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있다면 오늘의 국가위기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고 세계 초일류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번역되어 쏟아지는 많은 문헌에 “선조 임금께서 동이(東夷 : 일본)를 걱정하며 만일 왜란이 있다면 누가 원수가 될 만한고” 하며 서기 1583년 계미 3월 비변사 당상(堂相)들에게 인재를 추천하라 함에 영의정 박순(朴淳)은 “정개청(鄭介淸)은 재주와 학식이 밝고 통달하였으므로 만약 동이(東夷)가 침략 시 팔도도원수(八道都元帥)로 삼을 것”을 천거(선조수정실록17권 선조16년3월)하였다고 합니다.

사암 박순 선생님께서는 어떠한 철학을 갖고, 어떠한 인식을 갖고 천민 출신 정개청을 팔도도원수로 천거할 수 있었을까요? 조선상고사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님은 “고구려의 강성은 선배제도의 창설로 비롯된 것인데…. 선배는 이두자로 선인(先人), 선인(仙人)이라 쓴 것으로써… 고구려의 여러 지위는 거의 골품(명문)으로 얻어 미천한 사람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지는 못하였지만 오직 선배의 단체는 귀천이 없이 학문과 기술로 자기의 지위를 획득하므로, 이 가운데서 인물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즉, 사암 박순 선생님께서는 고구려의 조의선인 인사제도의 부활을 꿈꾼 분이라 생각됩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조선상고사’도 이러한 사암 박순 선생님의 학통에 근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구려의 삼족오는 창조의 뜻을 나타내는 우리 민족의 삼신사상으로 조화, 교화, 치화를 철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합니다. 조의선인은 이러한 삼신사상으로 양성되는 문무겸전의 인재들로 누구보다도 사물과 현상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들이 부딪치는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며, 이를 해결할 심리적, 물질적 능력을 갖도록 조련되었다고 합니다. 을파소나 명림답부, 을지문덕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재상은 모두 조의선인들이었고, 우리 역사 속에서 말하는 선비란 바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덕성과 실천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 광개토태왕비에 나타난 지역을 직접 답사하고 쓴 "조선 상고사"에는 광개토태왕 5년(기원 395년) 수군으로 원정에서 회군하여 수군으로 백제의 연해와 연강의 58개성을 점령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여러 기록에 태왕 5년(기원 395년)에 과려(顆麗) 원정길에서 회군하여 수군으로써 백제의 바닷가와 강가의 58개의 성과 700여 촌락을 공취했다고 합니다. 이 58개성 중에 하나가 고모루성입니다. 즉, 당시에는 고모루성도 물길로 이어져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를 건국한 시조모는 소서노입니다. 그 성씨는 해모수 또는 고모수라고 합니다. 역사 기록에 “소서노가 요동에서 배를 타고 인천 미추홀에 내려 백제를 건국하려 했으나 온조가 위로 올라 가자고 해서 비류는 그대로 인천에 남아 십제를 건국을 하고, 온조는 한강을 따라 올라가다 하남 위례성에서 백제를 건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추홀에서 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마한의 중추세력이 있어 신흥세력이 정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미추홀에서 물길을 따라 임진강과 한탄강을 거슬러 금수정과 한내천을 따라 고모루성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암 박순(1523~1589) 선생님께서는 선조시대에 영의정으로 정사를 펼치고 있을 때 동인과 서인의 당쟁으로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을 추천하여 나라를 바로 잡으려 하였으나 동인의 공격으로 양사의 탄핵을 받고 물러나 지금의 창수면 주원리에 배견와라는 초가를 짓고 이양정이라는 정자를 만들어 후진양성과 학문에 힘쓰시며 창옥병을 사랑하여 주변을 청학대, 산금대, 수경대, 백학대의 누대를 만들어 청초한 학처럼 결백한 마음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정승으로서 병조판서까지 겸임하셨던 사암 박순 선생님께서는 끊임없는 포천 물길 사랑과 답사를 통해 광개토태왕님께서 백제의 58개성을 공취하고 통치한 전략과 전술을 습득하셔서 조의선인의 인사제도의 사례에 따라 천민출신 정개청을 팔도도원수로 천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이러한 천민 출신 정개청이 팔도도원수가 되면 이순신 장군이나 권율 장군보다도 민족사에 더 위대한 장수로 남을 것이라 믿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도 시대를 뛰어넘어 사암 박순 선생님의 민족 사랑과 나라 사랑의 길을 따르고 습득했을 것입니다.

지금 또다시 ‘4대강 정비사업,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성공시대’ 등 변혁기 시대에 있을 법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들로 진용을 꾸리지 못하고 과거 시멘트 콘크리트 탄소배출시대의 중추적인 인물들이 무늬만 달리하여 복귀했으니 대국민 설득력이 부족하여 양산되는 갈등과 혼란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갈등과 혼란을 종식시키는 첫 걸음은 사암 박순 선생님처럼 지역과 신분 출신을 뛰어넘는 인재의 천거와 발탁뿐이 아닐까요?

청풍한벽루(淸風寒碧樓)

박순(朴淳)

客心孤逈自生愁(객심고형자생수)
坐聽江聲不下樓(좌청강성불하루)
明日又登官路去(명일우등관로거)
白雲紅樹爲誰秋(백운홍수위수추)

나그네 마음 쓸쓸하여 수심이 절로 이는데
앉아서 강물소리를 듣노라니 누대를 내려오지 못한다
내일이면 또 관로에 올라 떠나리니
흰 구름 이는 단풍나무, 누구를 위한

영오(詠誤)-

신채호(申采浩)

我誤聞時君誤言(아오문시군오언)
欲將正誤誤誰眞(욕장정오오수진)
人生落地元來誤(인생락지원래오)
善誤終當作聖人(선오종당작성인)

내가 잘못 들었 때는, 그대가 잘못 말했으니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데, 그 잘못을 누가 참되다 하나
사람 세상에 태어난 것이 원래 잘못인데
잘못된 것 잘 고치면, 끝내는 성인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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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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