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수정과 일연 스님의 ‘자주사관’

우종철 소장의 일요서울 일요논단 다시 읽기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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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수정과 일연 스님의 ‘자주사관(自主史觀)’

  • 기자명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  입력 2022.12.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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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공개된 중·고교 역사 교과서와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1차 시안은 좌편향적 시각으로 기술돼 있었다. ‘6·25 남침’ 서술이 빠지고, ‘자유민주주의’ 대신 북의 인민민주주의를 포함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넣었다. 논란이 일자 연구진은 2차 시안에서 ‘6·25 남침’을 포함했지만, ‘민주주의’ 표현은 그대로였다. 문재인 정부가 좌파 연구진을 통해 ‘역사교육 알박기’를 시도한 결과였다.

나라의 근본을 좀먹는 좌편향 역사교과서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동량을 가르칠 수는 없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한국사 교과과정에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넣고, 초·중학교 사회 교육과정에 ‘기업의 자유’와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남북 분단 77년은 남북간 국가정체성 대립의 역사였다. 국가정체성이 훼손되면 국혼(國魂)이 사라진다. 국혼이 사라지면 나라가 쇠망해 대한민국이 영속할 수 없다. 고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관(史觀)을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했던 좌파 정권의 ‘지적 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다.

우리는 근세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일본의 역사침탈을 경험했고, 지금도 중국의 동북공정 역사왜곡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외부의 역사침탈 보다 위험한 내부의 역사조작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간섭기(元干涉期,고려가 원나라의 간섭을 받았던 97년의 시기)’에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고조선(단군)을 우리 역사에 최초로 내세움으로써 중국과 대등한 연대로 끌어올려 민족의 정체성을 재정립한 인물이 있다. 그가 바로 일연(一然, 1206~1289) 스님이다.

일연은 최씨 무인정권의 전횡과 몽골의 고려 침입으로 점철된 신난(辛難)한 세월을 살았다.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한 해인 1206년 경산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경주 김씨 언정(彦鼎)이고, 속명은 견명(見明), 자는 회연(晦然), 호는 목암(睦庵)이다. 원효는 설총을 낳았고, 일연은 그 부자 이야기를 <삼국유사(三國遺事)>에 기록했으니 이 세 사람을 ‘삼성산(三聖山,경산시 소재)’이 낳았다고 전한다.

일연은 22세에 승과의 선불장(選佛場)에 장원 급제한 후 달성의 비슬산을 중심으로 수행하였다. 44세 때 정안거사의 요청으로 남해 정림사에서 〈팔만대장경〉 간행에 참여했으며, 72세 때 임금의 명으로 운문사에서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했다.

내우외환 속에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민담, 설화들이다. 육당 최남선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야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까지 하였다.

일연은 78세 때 ‘국존(國尊,국사)’에 책봉되어 개성에 머물러야 했지만, 이듬해 96세 어머니에 대해 효성을 다하기 위해 군위의 인각사(麟角寺)로 은퇴하였다.

5년 후인 1289년 7월 8일. 일연은 “오늘은 내가 갈 것”이라는 말을 남긴 뒤 84세로 열반에 들었다. 이후 나라에서 보각국존(普覺國尊)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익재 이제현은 “근세의 비구로 불조(佛祖)의 도를 밝혀 후학에게 열어준 이는 보각국사로 그 문도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연의 민족 자주정신 고취는 700년 뒤인 일제강점기에 단재 신채호에 의하여 재현되었다. 우리 역사를 군왕의 역사에서 민중의 역사로, 사대적 역사관에서 ‘자주적 역사관’으로 바꿔 놓은 민족사의 거인, 일연 스님의 ‘장엄한 생애’를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神君推仰玉書成(신군추앙옥서성) 단군을 추앙(역사에 등장)하는 역사책을 썼으며

三聖山靈聖者生(삼성산령성자생) 삼성(원효·설총·일연)산의 신령이 성자를 낳았네

及第僧科歸琵瑟(급제승과귀비슬) (일연은) 승과에 급제한 후 비슬산으로 돌아갔고

國存佛法避京城(국존불법피경성) 국사는 불법의 통달을 위해 도성을 벗어났네

南牕愛日春暉歎(남창애일춘휘탄) 남창을 보며 부모은덕에 효할 시간 없음 탄식했고

北壁打鐘秋暮情(북벽타종추모정) 북쪽 벽의 종소리에 어머니의 노쇠함을 느꼈네

垂訓千秋民草敬(수훈천추민초경) 수훈(삼국유사)은 천추에 백성의 공경을 받았고

史觀自主不磨名(사관자주불마명) 자주 역사관은 불후의(닳아 없어지지 않는) 명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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