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  일요서울 입력 2022.10.28 09:14  
  •  수정 2022.11.01 12:39

 

<삼국지>의 유명세로 인해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동맹’의 이름이 유난히 많다. 신라 눌지왕과 백제 비유왕의 ‘나제동맹’, 김유신과 김춘추의 ‘옷고름 동맹’, 신라와 당나라의 ‘나당동맹’, 왕건의 ‘혼인동맹’, 안중근의 ‘단지동맹(斷指同盟)’, 한국과 미국의 ‘한미동맹’ 등.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리에 밝아서 일을 잘 처리하여 일신을 잘 보전함’을 말한다. 이 말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기 몸을 지킨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세태를 개탄한 다산 정약용은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국가가 잘 보존되도록 하는 것”이 명철보신의 참다운 의미라고 해석했다.

촛불승리전환행동를 비롯한 좌파 단체들은 지난 10월 22일 숭례문 일대에서 대규모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권의 성공을 위해 좌파들과 사상적인 내전(內戰)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이런 기회주의적인 처신 때문에 국민의힘이 ‘국민의짐’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며 소신 발언을 했다.

좌파들의 성역을 깬 김 위원장과 같은 우파 전사(戰士)들이 필요한 정국이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제2, 제3의 김문수가 나와야 한다. 탄핵을 주도한 사이비 보수가 아닌 정통 보수의 이념과 가치로 뭉친 ‘신주류’가 ‘내부동맹(內部同盟)’을 맺어 재창당의 각오로 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단지동맹’의 주인공인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의 본관은 순흥(順興)이다. 아버지 진사 안태훈(安泰勳)과 어머니 조씨(趙氏) 사이의 3남 1녀 중 맏아들로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가슴과 배에 7개의 점이 있어 북두칠성의 기운에 응하여 태어났다는 뜻으로 아명(兒名)을 응칠(應七)이라 지었다.

1909년 3월 2일. 연해주 신안촌에서 안중근·김기룡·엄인섭·황병길·김태훈 등 12명의 열사가 모여 혈서로 ‘대한독립’이라 쓰는 ‘단지동맹’을 맺고 구국(救國)에 헌신할 것을 피로써 맹세했다.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매국노 이완용을 3년 이내에 주살(誅殺)하지 못하면 자살로 국민에게 속죄하기로 하였다. 그해 10월 26일. 우덕순·조도선·유동하와 함께 저격 실행을 모의한 안 의사는 하얼빈역에 잠입하여 역 플랫폼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를 사살했다.

안 의사는 러시아 검찰관으로부터 거사 동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토가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 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군 참모중장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지 안중근 개인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 아님”을 밝혔다.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안 의사가 뤼순(旅順) 감옥에서 일본인 간수에게 써준 좌우명이다. 1910년 3월 26일 형이 집행되기 며칠 전 안 의사는 안정근, 공근 두 아우에게 “내가 죽거든 시체는 우리나라가 독립하기 전에는 반장(返葬)하지 말라.”라고 유언하였다.

안 의사는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였고 서예에도 뛰어나 휘호한 많은 유묵(遺墨)이 보물로 지정되었지만, 아직까지 그의 유해는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일제의 폭력적인 침략에 대한 살신(殺身)의 항거와 애국심으로 응집된 안 의사의 일생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男兒有志豈安眠(남아유지개안면) 뜻 있는 대장부는 어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가

大手風雲慮又玄(대수풍운려우현) 시대 형편의 대세를 생각하니 또한 어둡구나

斷指同盟唯救國(단지동맹유구국) 단지동맹으로 오직 구국에 마음을 다했고

全心鴻業總旋乾(전심홍업총선건) 한 마음 나라세우는 사업에 모두 천지를 뒤집었네

南船北馬難回避(남선북마난회피) 천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몸을 피하기 어렵고

西走東奔收復權(서주동분수복권) 빼앗긴 국권을 다시 찾기 위해서 동분서주 했네

和解未成千古恨(화해미성천고한) (동양)평화 해결을 못 이뤄 천고의 한을 남겼고

英雄不返泣山川(영웅불반읍산천) 영웅(의 유해)은 귀환하지 않아 산천도 울고 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출처 : 일요서울i(http://www.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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