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공공기관 개혁과 정약용의 ‘애민절용(愛民節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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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공공기관 개혁과 정약용의 ‘애민절용(愛民節用)’

  • 기자명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입력 2022.10.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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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 역주행이 만든 ‘부채 덩어리’ 공공기관의 대수술이 시급하다. 문 정부 출범 전 해인 2016년 350여 개 공공기관의 전체 순익은 15조7000억원에서 작년 10조8000억원으로 31% 급감했다. 반면 직원 수는 33만명에서 42만명으로 늘어 인건비가 32% 급증했다. 부채도 499조원에서 583조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정·사·노(政使勞) 합작 ‘도둑질’로 비칠 정도로 부실·방만 경영의 극치와 도덕적 해이가 그 원인이다. 경영평가마저 비정규직 제로, 사회적 가치구현 등의 정치적 목적을 우선하고 경영실적은 고려 대상이 안 되니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는 금융·비금융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6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성과급 파티’로 1586억원을 나눠 가졌다. 직원 수가 30% 늘어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선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문제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추궁 당한 바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17일 포항 시민단체로부터 ‘회사차 사적 유용 의혹’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포스코, KT, KT&G 등 민영화된 과거 공기업 임원들의 부실 경영 및 도덕적 해이도 점검해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실적 부진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해임권고, 기관별 군살빼기, 기관 간 통폐합 등 개혁과제를 조화롭게 처리해야 한다. 지방 공공기관 개혁도 무풍지대에 둘 일이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희생하지 않는데 노동개혁이 먹히겠는가.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도덕적 해이’의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의 사랑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강조한 ‘애민절용(愛民節用)’의 자세를 실천해야 한다.

정약용은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로 자는 미용(美庸), 호는 다산, 당호는 여유당(與猶堂)이다. 1762년 진주목사를 역임했던 정재원(丁載遠)과 해남윤씨(윤선도의 손녀) 사이에서 4남 2녀 중 4남으로 남양주에서 태어났다.

다산은 근기(近畿) 지방의 남인 출신으로 유형원, 이익 등의 실학사상을 계승·발전시켰다. 정조 재위 시에 천주교에 관심을 가져, 신유사옥 때 전남 강진으로 귀양 갔다가 18년 만에 풀려났다.

다산은 유배기간 동안 빈곤과 착취에 시달리던 민의 피폐상을 확인하면서 육경사서(六經四書)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리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사상을 포괄하는 ‘일표이서(一表二書: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 50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학문적 업적(<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을 이루었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는 옛것에 의탁해서 제도개혁을 부르짖는 ‘탁고개제(托古改制)’의 이념을 저술에 오롯이 담아냈다. <경세유표>에서는 국가개혁론을, <목민심서>에서는 목민관의 자세를, <흠흠심서>에서는 관료의 역할을 밝혔다. 특히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이반이다”라는 <목민심서>의 어록(語錄)은 불후의 진리다.

조선의 몰락 원인은 정조가 향년 49세로 붕어(崩御)하여 다산의 개혁안이 좌절되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다산 선생의 ‘애민·목민(牧民) 사상’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東西今古擧昭然(동서금고거소연) 동서고금의 모든 이치에 밝았고

與猶之中覺悟堅(여유지중각오견) 사방을 두려워하는 중에도 각오가 견고했네

廿載流刑天琢玉(입재유형천탁옥) 20년 간 유배로 하늘은 (다산을) 옥으로 다듬었고

五車著作世稀賢(오거저작세희현) 다섯 수레의 저작을 남긴 세상에 드문 현자였네

決心切切更張冊(결심절절경장책) (실학에 대한) 결심은 정성들인 경장 위한 책이고

恨歎悁悁改制篇(한탄연연개제편) (세상에 대한) 한탄은 간절한 제도개혁 집대성이네

崩御失機招禍亂(붕어실기초화란) (정조가) 붕어해 개혁이 좌절되고 화란을 불렀고

嗚呼樂志石泉邊(오호낙지석천변) 아! 뜻을 즐기는 산수사랑 병이 되어 자연에 사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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