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6년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 체험수기 공모 당선작 

 

-무서움을 모르는 그 무서움           전순영

                                                                   

 몇 년 전 우리 동네에 대형마트가 문울 열었다. 우리가 매일 먹고 살아가는 식품이 다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그 마트에서는 천원어치 콩나물이나 만원어치 생선이나 같은 크기 봉지에 담아 주었다. 작은 물건은 작은 봉제에 담아주지 왜 그렇게 큰 봉지에 담아주느냐고 했더니, 여기는 큰 봉지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가 하루만 살고 떠나갈 나그네가 아니지 않는가. 설령 그렇더라도 하늘 아래 어디서나 그렇게 비닐봉지를 낭비해서 공해를 만들고 그걸 태워서 지구에 열을 가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봉지들을 씻어서 물기를 말려두고 내가 쓰지만, 시장에서 물건을 사 오는 검은 비닐봉지는 모아두었다가 시장 체소가게에 갖다 준다. 이거 태우면 공해가 되니 쓰라고 하면 어떤 가게에선 얼굴을 찌푸리고 안 써요 라고 쏘아붙이고, 어떤 가게에선 멀뚱멀뚱 나를 쳐다볼 뿐이다. 꽃모종을 파는 가게에 주기도 하고, 동네에 들어오는 체소 차에다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시장갈 때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강을 담는 작은 봉지, 콩나물을 담는 중간 봉지, 과일이나 채소를 담는 큰 봉지 등 한 5장 쯤 가지고 다니며 한 달을 써도 낡아지지 않았다.    

  아침에 동네 골목길을 걸어가면 집집마다 대문 앞에 어수선하게 몇 봉지씩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를 보면 무서움이 오싹 스며든다. 하루에도 수만 개 비닐류 포장제품을 한번 쓰고 버린 껍질들이다. 그렇게 버려지는 비닐봉지 값이 1년에 1조 원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 1조 원어치 비닐봉지를 태워서 ‘다이옥신’ (발암물질)을 마시고, 미세먼지를 마시고, 온난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썼던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용기들을 다시 써야 한다. 과일이나 채소를 담는 스티로폼 용기와 두부 담는 용기도 아기 젖병 만드는 소재로 튼튼하게 만들어서 의무적으로 수거해 열소독을 해서 다시 쓴다면 처음엔 용기 만드는 비용이 좀 비싸게 들지라도 계속 쓰기 때문에 공해를 줄이고 열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달걀 한판을 사 와서 옮겨 담고 보면 그 용기가 깨끗한 새것인데 버려져 태우고 있다. 과일이나 버섯 등을 사 오면 스티로폼 용기도 깨끗한 새것인데 버려져 태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채소나 과일을 싸던 랩이며, 시장에서 물건을 사 온 검은 비닐봉지 등 천문학적인 비닐류 포장들이 쓰레기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봉지값을 받게 해서, 스스로가 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쓰도록 해야 한다. 만약 봉짓값을 받지 않는 가게가 있다면 벌금을 물리는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비닐봉지 덜 쓰기가 정착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닐봉지에다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공해 줄이기 캠페인이라도 벌일 일이다. 우리가 좀 불편하다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우리는 와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닐류 포장을 매일 그렇게 태우고 또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서운 독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으나 누구도 그걸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임종환 인하대 의대 예방학과 교수팀은 2009년~2010년 국내선천성 기형아 출산율이 100명 중 5.5명으로 16년 만에 1.5배가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나의 친척 중에 지금 다섯 살인데 일어나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축 늘어진 팔다리에 눈만 끔벅거리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쓰려오는 것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한국 이대로 가면 2060년 대기오염 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 가 될 것이며, 대기오염에 따른 의료비용 급증과 노동생상산성 저하 등으로 경제적 피해도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는 기사 (2016년 6월 11일)를 읽으면서 멀리서는 우리를 보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도 나는 슈퍼마켓에서 사 온 참외 포장을 뜯어 꺼내고 스티로폼 용기와 가지, 상추가 담겼던 숨구멍이 뚫린 하얀 비닐봉지와 수박이 담겼던 비닐 망도 모아두고, 사온 달걀도 옮겨 닮고 용기를 모아 둔다.

  오래전에도 그렇게 모아두었던 용기들을 슈퍼에 갖다 주면서 이거 태우면 공해가되니 쓰라고 했다. 다음날 물건 사러 갔더니 내가 주었던 용기가 봉투째 쓰레기에 버려져 있었다. 그러나 비닐류 쓰레기를 주리기 위한 나의 일상생활은 변함이 없다. 시를 쓰다 보니 볼펜을 많이 쓰기 때문에 볼펜 껍질을 줄이기 위해서 볼펜심만 12개들이 한 통씩을 사다 놓고 잉크가 다 닳아지면 심만 갈아 끼운다. 어쩔 때 백화점에 갔다가 고기를 사게 되는데, 집에 와서 요리를 하려고 보면 아이스팩이 고기와 함께 포장되어있다. 이걸 어느 쓰레기에다 버려야 할지 망설이다가 칼로 자르고 속의 액체를 버리고 껍질만 비닐류쓰레기에다 넣는다.  

  우리 소비자들은 자기 돈으로 사먹고 버리는 비닐 쓰레기에 대해 아무런 부담도 책임도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양이 무려 1만t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이4522t 경기도가3165t 인천이1763t 등 그 많은 쓰레기를 소각할 때 비닐류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이 우리 몸에 암을 일으키는 독소임을 알아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암 발생률이 높다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개개인은 자기 몸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자신이 무심코 버리는 비닐봉지 한 장 한 장이 내 몸을 해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는다.  

  2015년 10월 24일 (동아일보) 포장재 없는 슈퍼마켓이 독일에서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상점에서는 400가지의 식료품을 팔지만, 과일 야채 곡물 뿐 만아니라 요구르트 로션 샴푸 등 액체도 플라스틱 용기나 포장지가 없다고 했다. 손님들은 각자 가져온 빈 병이나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간다고 했다. 독일 전역에서 체인점이 속속 생겨난다는 게 얼마나 부러운지... 2011년 필자가 낸 ‘너에게 물들다’ 에세이집에 액체제품도 리필해서 쓰자는 등 환경에 관한 글 ‘함께 가는 길’15편을 실었지만, 누구도 공감해주는 이가 없었는데 독일에서 누두‘식품마트’를 열었다는 소식이 나에게는 눈이 버쩍 뜨이게 반가운 일이었다. 당장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가 ‘누드식품마트’를 열어줄까”란 재목으로 A4 한 장쯤 써서 어떤 일간지에 보냈으나 안 실어주어서, 서울 신문에 보냈더니 반을 자르고 실어주었다.(2015년12월12일)원고가 반이나 잘린 게 아쉬워서 다시 산림 문학에 보냈더니(2016년)봄 호에 실어주었다

  20여 년 전 인천에다 몇조 원을 쏟아부어 만들었던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 또다시 어딘가에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매립지 토지를 사려면 몇조 원이 들어가야 하는 등 준비기간이 10여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게 어려운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서울시장이나 환경부 장관 등이 왜 쓰레기양을 줄이는 일에 무관심할까? 이 쓰레기 문제는 환경부 장관이나 시장의 어떤 행정력으로는 안 되고, 국민이 공감하고 마음을 모아서 실천에 옮겨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도록 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므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개개인의 마음속에 비닐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곧 그 피해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성균관대의 어떤 외국인 교수가 하루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하루 동안 본인이 만든 쓰레기양을 저울에다 달아 오라고 했다. 다음날 학생들의 쓰레기양을 확인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처럼 쓰레기를 많이 만들면 지구가 몇 개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는 기사를 읽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닐봉지소비량이 세 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 교수가 어느 날 경동시장을 지나는데 사람들 손에 들여진 것이 죄 비닐봉지여서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살펴보니, 손님이 물건을 사러오면 가게주은 걸어둔 비닐봉지를 아무 표정도 없이 툭 떼어서 물건을 담아주고, 또 다른 가게주인도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남의 나라 사람들은 비닐봉지를 그렇게 무서워하고 덜 쓰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는 왜 비닐봉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을까? 비닐봉지를 낭비하며 공해를 낳고 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일에 환경부 장관은 왜 눈을 감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비닐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동물학자 제인 구달 그는 말하고 있다. 그가 만든 청소년 환경 단체인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은 12명의 탄자니아 아이들로 시작해서 지금은 110개국 15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다고. 한다. 앞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청소년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때 묻지 않은 청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해서 다함께 지혜를 모으고 실천에 옮겨서 건강의 열매를 거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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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전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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