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 모임소개

제24회 천상병시문학상 이종만·조기조 시인 공동수상

제4회 천상병동심문학상 김성민 시인 『고향에 계신 낙타께』

기사입력 2022-04-02 12:53

0
 

제24회 천상병시문학상 이종만·조기조 시인 공동수상

이종만 시집 『양봉 일지』, 양봉옹의 자연 예찬

조기조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은유로서의 기술(자) 예찬

제4회 천상병동심문학상 김성민 시인 『고향에 계신 낙타께』

2022년 제24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는 이종만 시인(73), 조기조 시인(59)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초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이종만 시인의 『양봉 일지』(실천문학사 2021), 조기조 시인의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도서출판b)를 최종 선정하였다.

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 및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20여 권의 시집을 추천하였다. 이 가운데 1차 예심위원회를 통해 6권의 시집으로 압축하였고, 3월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이종만 시인과 조기조 시인을 공동 수상자로 최종 선정하였다.

 

이종만 시인, ‘양봉과 시’ 결합해 자연 앞 겸손함을 담담하게 표현

이종만 시인의 『양봉 일지』는 스스로를 “꽃 따라 전국을 떠도는 양봉옹(養蜂翁)”(「양봉 일지1)이라고 정의하는 것에서 보듯이,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손한 마음을 깊은 심심함의 시적 태도와 표현으로 묘파한 시집이다.

특히 표제작인 「양봉 일지」 연작시는 자연 앞에서 센 척하며 탐욕이라는 바이러스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겸손’의 덕목을 회복하라고 재촉하는 죽비 같은 서정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사십 평생 전국 산야를 떠돌아다니며/ 지도 같은 주름을 얼굴에 새기고”(「양봉 일지1」) 살아온 세월이었지만, “그동안 벌치며 살아온 생이 자랑스러웠다”(「양봉 일지8」)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시인의 이와 같은 겸손한 당당함이 묻어나는 시적 선언은 요즘 시단에 드물게 시와 삶이 일치하는 케이스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2년여 동안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연 앞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태도는 바로 겸손이라는 덕목임을 강력히 환기한다. 시인의 시가 심플하지만 깊은 심심함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시인은 산속에서 벌치기 하나로만 사십여 년 외길인생을 걸어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표절 한 자 없는 나의 꿀벌 박사 논문”(「양봉 일지10」)을 써온 삶이라고 요약하며, “지도교수인 햇살과 바람”으로부터 박사 학위를 수여 받을 자격이 있노라고 말하는 대목은 시집의 압권이다.

이종만 시인의 시에는 천상병 시가 그러했던 것처럼, ‘가난’에 대한 메타포가 시집 곳곳에 산견되어 나타난다. “나는 빚진 자였다”(「진주 터미널에서」), “나는 하늘나라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사랑의 세금」), “입학금이 없는/ 봄 대학”(「봄 대학」) 같은 표현들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 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천상병 시와 그것처럼 ‘하늘’에 대한 지향이 여일하게 잘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흰 독수리를 기다리며」, 「사랑의 세금」 같은 시가 그러하다. “나는 토끼의 족속/ 큰 눈과 큰 귀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다”라고 시작하여 “나의 눈과 귀가/ 하늘을 향해 있는 까닭이다”(「흰 독수리를 기다리며」)라는 표현이라든가, “밤이면/ 세금으로 바친 마음들이/ 별이 되어 반짝거렸다// 하늘나라의 재정은/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사랑의 세금」) 같은 표현에서 저 ‘하늘’을 지향하며 겸허하게 살고자 하는 자발적 가난의 마음이 감지된다. 그러므로, 시집 곳곳에서 돌멩이에서도 “미세한 온기”(「우는 돌」)를 느끼고, ‘돌의 마음’을 헤아리며, “둥글둥글한” “자비의 언어”(같은 곳)를 구사하려는 여일한 태도를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눈부신 속도 숭배의 시대에 ‘거꾸로’(「거꾸로」) 역류하고자 하는 시인의 시정신과 상상력이 부디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이종만 시인은 “왜 나였을까? 한평생 낮고 외롭게, 순수한 향기로 사셨던 분이 천상병 시인이다. 계곡물 속에 비친 나와 꿀벌에게서 낮고 외롭고 젖은 향기가 언뜻 보이는 듯했다. 그 짧은 시간, 계곡물에 비친 ‘낮고 외롭고 젖은 향기’가 천상병 시인을 닮았다고 해서 나에게 이런 큰상을 건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천상병 시인처럼 ‘텅 비어 있어 순수한 그래서 더 충만한 향기’를 풍기는 시를 쓰고 싶다. ”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만 시인 | 1949년 경남 통영 사랑도에서 태어났다. 지금껏 40여 년을 양봉을 생업으로 꽃을 쫓아 벌과 함께 남에서 북으로 다시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며 살면서 시를 쓰고 있다.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찰나의 꽃』이 있다.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찰나의 꽃』이 선정되었고, 2021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았다.


 

조기조, ‘은유로서의 기술’을 통찰한다는 것

조기조 시인은 1980년대∼1990년대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하며,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노동자시인’이다. 그동안 시집 『낡은 기계』, 『기름美人』을 출간했다. 시집 표제에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이 이채롭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기계는 세계라고 할 수 있고, 기름은 그 세계가 작동하는 힘의 원천이며, 기술은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가 될 수 있겠다”라고 풀이한다. 이번 시집은 ‘기계→기름→기술’ 3부작인 셈이다.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은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로서의 ‘기술’과, 그 기술을 부리는 주체인 ‘기술자’를 집중적으로 다룬 시집이다. 시인에게 기술이란 ‘은유의 기술’이다. 「은유의 기술」에서 “은유의 리듬만 살려내면/ 어디든 공장이다”라고 말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위 진술은 이번 시집의 구성 원리에 해당한다. 시인이 기술의 의미를 ‘풀의 기술’이고, ‘반려의 기술’이며, ‘싸움의 기술’이고, ‘타자의 기술’… 등등으로 변주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자연 만물과 세상 만사의 원리로서의 은유의 기술인 것이다. 그것은 “기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을 견디는 기술”(「기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인이 말하는 기술은 저 1980년대 노동시에 등장했던 기술과 기술자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시인의 시집에 등장하는 기술과 기술자의 의미는 인지노동 시대 변화된 노동 양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시인이 “세계는 거대한 복잡기계”(「싸움의 기술」)이며, 이러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원리’로서 기술과 기술자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것은 (노동)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인은 “복합기계”인 세계에서 “분배의 언어와 공유의 언어”(「싸움의 기술」)를 지향하는 기술과 기술자를 여전히 신뢰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기술은 공유를 요구한다」 같은 작품에서 “잉여의 분배가 아닌 기술의 공유를” 지향하는 기술과 기술자를 역설하는 것도을 보라.

기술자’의 의미 또한 노동의 의미가 백팔십도 달라진 시대 노동의 의미를 포괄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여기의 세상은 더 이상 “기계와 기름과 기술이/ 삼위일체로 밥그릇이 되는 현장”(「고향 친구」)이 아니고, “그의 노동은 상상이고/ 상상은 그의 기술”(「기술자」)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기 기술자가 걸어간다」, 「무인공장」 같은 시는 저 1980년대 노동시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한국시가 발견한 새로운 영토라고 할 수 있다.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은 기계로 움직이지만/ 공장 밖에서 비로소 사람으로 저항했다”(「무인공장」) 같은 표현을 보라.

시집의 3부와 4부의 시들 또한 주목을 요한다. 어린 시절 고향 사람들 및 풍경을 회상하고, 난시청 지역 가리봉동의 변화상과 공장 노동자 시절을 돌아보는가 하면, “책 만드는 일”(「은유의 기술」)을 하며 사는 일상생활을 ‘겹눈’으로 응시하는 시편들이 수록되었다. 시인은 이들 시에서 삶의 기술(技術)을 말하면서 무엇이 좋은 삶인가를 기술(記述)하고자 하는 시적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부의 기술」은 왜 시인이 한사코 독점이 아니라 ‘공유(재)’로서의 기술과 기술자를 역설하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이와 같은 시적 태도는 적을수록 풍요롭다고 역설한 천상병 시인의 시정신과 잘 통하는 대목일 것이다. “한동안 거지한테 돈 받은 상거지라고 동무들이 놀려대는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동냥 얻은 것을 나눠주는 거라면 지금도 울음을 터트리며 달게 받겠다는 그런 말씀입니다.”(「기부의 기술」 제4연, 밑줄 인용자 주)

조기조 시인은 “등단한 지 27년 만에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누가 봐도 열심히 시를 썼다고는 말하지 못할 부적절한 생산이다. 내가 천상병이라는 아름다운 시인의 이름이 부여된 상을 받는 것은 뜻밖의 소득이자 쑥스러운 영예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시 세계에 대한 모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데는 내가 시 쓰기의 희망을 놓지 않도록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한 분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외람되기는 하나 그분들을 생각하며 다짐하고 기뻐하며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조기조 시인 | 1963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1994년 제1회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낡은 기계』, 『기름美人』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 『한국대표노동시집』(공편), 『나에게 문병 가다』, 『서정춘이라는 시인』(공편) 등이 있다.

제24회 천상병詩상 시상식은 오는 4월 30일 오후 2시 천상병공원이 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행복발전소에서 열린다. 고형렬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역대 수상시인과 주요 문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제4회천상병 동심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개최한다. 시낭송 및 축하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 천상병詩문학상의 역대 수상자

1회/이상만, 2회/한정옥, 3회/박주관, 4회/최정자, 5회/이길원, 6회/이수영,

7회/김신용, 8회/김유선, 9회/김선우, 10회/길상호, 11회/박 철, 12회/송경동,

13회/박남준, 14회/정한용, 15회/진은영, 16회/최명란, 17회/김희업, 18회/고영

19회/박지웅, 20회/서효인, 21회/송진권, 22회/고영민, 23회/유병록

 

김성민 『고향에 계신 낙타께』다양한 관심과 주제로 시적 상상

한편 전병호(동시) / 김용희(아동문학평론) / 신현배(동시조) 심사위원은 지난해 출간된 동시집 중에서 등단 10년 이상을 대상 중 김성민 『고향에 계신 낙타께』, 창비, 박방희 『달빵』, 초록달팽이, 성환희 『행복은 라면입니다』, 고래책방, 이준관 『흥얼흥얼 흥부자』, 고래책방, 정광덕 『맑은 날』, 청개구리로 최종 심사한 결과 김성민 시인의 『고향에 계신 낙타께』가 주목할 만한 문학적 성과와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아, 이 동시집을 천상병동심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쉽게 합의했다.

김성민의 동시는 발상이나 표현이 상투적이거나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만큼 기존 동시에서 크게 벗어나 있어 새롭고 참신하다. 독특한 상상력이 엉뚱하고 기발하기도 하여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바위를 뒤덮고 있는 이끼가 실은 바위를 오래오래 삼키고 있는 초록 짐승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는가 하면(「예끼!」), 아주 먼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오면 산 너머까지 손 내밀어 천둥이 등을 쓸어 주는 상상을 한다(「천둥이」).

김성민 시인은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주제로 시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물이나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데, 이때 동원되는 기법이 의인화 수법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크레용들이 소풍을 가고, 자판기는 자판기에서 일하고, 신나게 달리고 있던 달팽이한테 제복 입은 풍뎅이가 날아와 속도위반 딱지를 뗀다. 그렇게 서사를 도입하여 사물이나 동물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적 사유를 펼친다.

관습화된 시적 인식에서 탈피하여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시인으로 앞날이 기대된다.

김성민 작가는 “제가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먹기 훨씬 전 시인의 모습이 바로 천상병 선생님이셨습니다. 오늘 주시는 이 상은 천상병 선생님의 발의 무게로 알겠습니다. 지그시 말없는 그것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약력 김성민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1년 《대구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동시 「나비효과」외 4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 『고향에 계신 낙타께』 『구름버스 타기』(공저) 등을 냈고, 그림책 『괄호 열고 괄호 닫고』에 글을 썼다. 『브이를 찾습니다』로 제9회 권정생문학상을 받았다.

노원신문

 

 

 

SNS 기사보내기
노원신문
저작권자 © e고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