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한.66(충남 홍성)- 문학작가(강사),칼럼니스트, 박철한.66(충남 홍성)- 문학작가(강사), 칼럼니스트,  

수필 -  제 목 / 졸업식의 황당한 꽃다발

                                            박철한

딸이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타지에서 사년간 부족한 용돈으로 어렵게 유지하던 대학생활의 마지막 겨울방학이 끝난 동시 졸업식이 있었다. 마침 뇌경색의 후유장해로 거동이 불편한 모습의 부끄러움인지?

아내가 딸에게 “나는 못 간다. 아빠랑 같이 다녀오렴" 말하였다. 불편하다고 나까지 못 간다 하고 졸업식에 혼자 보낼 수 없었다. 또한, 사고 후 버스의 계단이 높아 이용에 불편하여 장거리는 열차를 이용 이동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열차로 대전에 가려면 천안에서 갈아타야 함에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 하여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아침 여섯 시 오십 분 첫 버스를 이용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겨울 파카를 걸치고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섰다.

예전 졸업식 날인 이월 초순으로 겨울의 칼바람은 물론 대개 눈이 많이 내렸었다. 그런데 하늘이 무엇이 그리 서러웠던가? 밖에 나가보니 겨울 아침의 대기를 수직으로 가르며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빗줄기를 우산으로 막으며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승차하자, 출발한 버스가 꾸불꾸불한 지방도로를 온몸을 흔들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갔다. 길을 따라 흔들리는 버스에 의해 춤을 추다 나도 모르게 졸음에 빠졌다. 차량의 흔들림에 눈을 떠 밖을 보니, 꿇은 비에 세차게 맞아 고통스러운 버스의 눈물이 하부 결망랑에 차고 넘쳤던가? 유리창에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닦지도 못하며, 회색의 비닐로 가린 듯 짙은 안개에 덮인 깊은 산에서 탈출하는 듯하였다. 사고 전 매월 일 회씩 버스를 이용 업무출장 다녔던 낯익으면 하나 없었다. 몇 번을 좌, 우측 둘러보아도 낯설면 가득한 초행 지역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옆에 앉아있는 딸을 쳐다보며 “우리 버스 잘못 탄 것 같다.”하였더니, 어리둥절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딸이 “코스 변경되었나 봐! 이 길 맞거든요”하며 대답에 안심하고 얼마 있자 이정표를 통하여 아산시 볏짚이면 임을 알게 되었다. 이십 년이 지났으니 노선 변경을 알지 못하여 놀란 마음으로 대전 서부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하늘이 언제 비가 내렸느냐? 묻는 듯 비가 끊었다. 그래서 터미널 꽃가게에서 꽃다발을 사 졸업식장에 삼십 여분 일찍 도착하였다. 그래서 복도에 설치한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빼 마시며 벽에 내 붙은 명언과 시를 감상하며 있으니, 시간이 되었는지 졸업생들과 축하객들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졸업의 즐거움에 재잘거리며 밝게 웃는 행복한 모습에 취해 있을 때였다. 갑자기 입구 방향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얼굴을 드니, 양잠을 곱게 차려입은 한 아가씨가 자신이 들고 있는 꽃다발을 아무 말 없이 내 손에 쥐여 주며 웃고 서 있었다. 당황스러워 이유를 물었으나 웃기만 하였다. 그때 뒤에서 황급하게 달려온 딸이 “아빠! 뭐하세요?” 하는 묻음에, 내가 "나도 몰라 묻었다"하며 대답 중 민망하였던지 아무 말 없이 꽃다발만 받아 챙기고 마치 연기와 같이 유유히 사라졌다. 졸업식 날인데 그 아가씨를 붙잡아 놓고 자세히 물으면 기분 상할 듯하여 물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딸에게 아는 아가씨니? 하고 간단히 묻자, 딸은 “같은 과 동기생인데 목사 딸”이라고만 짧은 답을 하였다. 나 또한 더는 묻지 않았지만, 졸업식장에 간혹 아는 이들 만날 수 있다. 그때 간단한 인사만 나눔이 일상이거늘, 모르는 사람에게 꽃다발을 주고받음은 처음이라 생소하였다. 아무리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지팡이에 의존하여 어슬렁거림의 나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던가 보다. 생각하기로 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첫인상의 중요성'이 중요하기에 말끔한 옷차림을 못 갖춘 나의 생활태도 문제가 있다. 신체의 부자연스러운 장애인 신분에 남루한 옷차림 하면 모두 불쌍하다는 관념에서 벗어나고, 상대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나섬은 오해 때문인 기분이 상할 수 있으므로 상대가 도움을 청할 때 행동한다면 더욱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풀지 못한 아리송한 하루였다.

아마, 딸은 알고 있으나 자존심의 상처가 될까 우려에서 자세한 설명을 피한 배려라 생각하고 묻어두기로 한다.
 

  • 위의 글은 백제문학 네이버 밴드에서 e고려신문 편집인이 옮겨 왔습니다.
  • 네이버밴드 검색창에서 백제문학 또는 다음 검색창에서 백제문학, 도서출판 소리숲 검색해 방문해 주시면 참으로 좋은 시와 글을 많이 감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백제문학과 도서출판 소리숲의 출판물 등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