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고려신문
오피니언기자수첩
글과 생각 소년 이항복과 감나무
김창호 기자  |  helpzip@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1.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발행인 김창호

 

아홉 살 된 소년 이항복이 서당에서 돌아와 마루에 걸터앉아서 탐스럽게 매달린 감을 바라보다 하인을 불렀다.

“이봐! 돌쇠야.”

“예.”

“저 감 좀 따오너라.”

하인 돌쇠가 소년 이항복 쪽으로 잘 뻗은 감나무 가지의 감을 따려 했다.

“돌쇠야! 그 것 말고, 저 담 너머에 굵은 것 있잖아.”

“그것은 안 되는 되요.”

“왜?”

“담 너머의 것을 따면 권율 대감댁 하인들한테 곤장 맞아요.”

돌쇠의 말은 이웃집 권율 대감댁 하인들이 자신들의 집안으로 들어온 가지의 감은 자신들의 소유이므로 소년 이항복 집의 하인들이 따면 곤장을 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권율 대감을 만나 담판을 져야겠군.”

소년 이항복이 권율 대감 집으로 가서 청지기를 불렀다.

“이리 오너라.”

“예. 도련님이 어쩐 일이세요?”

“응. 글을 읽다가 모르는 것이 있어 대감 님께 여쭈러 왔다. 대감 님께서는 계시지?”

소년 이항복은 권율 대감 하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권율 대감의 방 앞에와 앉은 뒤 주먹을 불끈 쥔 다음 문지방 안으로 들이밀었다.

“어느 놈이 이처럼 무례한 행동을 하느냐?”

“대감 님! 저도 무례한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대감 님께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대감 님! 문지방을 뚫고 들어가 있는 주먹은 누구의 주먹입니까?”

“항복이 네 주먹이 아니냐.”

“분명 저의 주먹이 맞습니까?”

“분명 네 주먹이지.”

“그럼 대감 님! 저 감나무의 가지는 누구네 것입니까?

“항복이네 것이지.”

“저 감나무 가지에 달린 감은 누구네 것입니까?

“그것도 항복이네 것이지.”

소년 이항복은 이처럼 논리 정연하게 권율 대감에게 감나무가 자신의 것임을 분명하게 주지시켰다.

“대감 님! 그런데 저의 집 하인들이 저의 집 감을 따려 하는데 대감 님댁 하인들이 따지 못하게 하며 심지어 곤장까지 때리게 하겠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런 일이 있었나?”

“그럼 대감 님께서는 모르고 계셨다는 말씀입니까?”

“하인들이 하는 일이라서 모르고 있었지.”

“그럼 대감 님께서는 어떠한 일을 하시다가 실수를 하시면 그 책임을 손에게만 미루시겠습니까?”

“그럴 수야 있나. 손은 어디까지나 내 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을. 그 책임은 당연히 내가 져야하지.”

“대감 님! 대감 님 댁 안에 있는 하인들은 누구의 하인들입니까?”

“내 집에 있으니 내 하인이지.”

“그렇다면 본디 집안의 하인들이란 대감 님의 손과 발인데, 대감 님께서는 손과 발에게 책임을 묻고 계신 것 인지요?”

권율 대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 속으로 ‘정말 큰 인물이 될 녀석이군!’하며 감탄을 했다.

“대감 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물음에 대답이 없자, 소년 이항복은 큰 소리로 답을 요구했다.

“네 말이 모두 옳다. 내가 하인들 관리를 소홀히 하여 그리 된 것 같으니 나의 잘못이다. 이 시간 이후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하마.”

권율 대감은 아홉 살 소년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을 했다. 이 사건 후부터 권율 대감의 하인이 손수 감을 따 소쿠리에 담아서 이항복에게 가져왔다.

또한 권율 대감은 무례한(?) 소년 이항복을 후에 둘째 사위로 삼았다고 한다.

 

< 저작권자 © e고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창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발행인 김창호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556-14  |  대표전화 : 010-3377-8240  |  인터넷 등록번호 경기아50310
사업자명 : KCH경영컨설팅그룹  |  사업자번호 : 127-14-89608
발행인 김창호  |  편집인 김창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창호  |  제보 및 광고문의 010-3377-8240  |  등록년월일 2011. 11. 28
Copyright 2011 e고려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