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는 욕망으로 팽창한다

한가로운 쉼이 있는 ‘꽃과 정원의 도시 노원’

6월 하순, 노원구의 19개 동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전면 실시된 주민자치회가 일제히 주민총회를 열고 있다. 주민들이 다들 모여 동네의 문제에 대해, 마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주민 스스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자 위원을 선출하고, 동네를 조사하며 진지한 고민들을 모아 실행계획도 마련했다.

그 자체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가 적용되면서 일상생활조차 위협을 받는 상황이어서 지난해 사업계획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당연히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새로운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의미 있게 받아지기 어려웠다. 찾아가는 사전 설명회,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겨우 정족수를 맞췄다.

다 같이 모일 장소도 문제이다. 동네 곳곳에 만들어 놓은 커뮤니티 공간인 행복발전소, 주민센터도 있지만 실내라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야외로 나가자! 주민센터의 좁은 주차장(상계9동), 게이트장(하계2동)도 있고, 중랑천의 다리 밑으로 가는 동네(상계1동)도 있다. 그래도 근린공원이 제일 편안한 장소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취임 이후 길거리 쓰레기 청소에 이어 ‘꽃과 정원의 도시 노원’을 정책목표로 삼고 공원재생에도 열정적이다. 그냥 흙먼지 날리는 빈 공간이 아니라 쉼으로 채워지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도시의 온갖 경쟁과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이웃들이 모이고, 한가롭게 떠들며 웃고, 그러다 마을의 일을 해보자고 휴일에 모여 으쌰으쌰 할 수도 있는 곳으로 재생 중이다.

도시의 욕망은 한계가 없는 듯하다. 그래서 하늘 높이, 땅속 깊이, 지도 밖으로 팽창한다. 더 넓게, 더 높이, 더 빠르게! 올림픽 구호가 아니라 도시의 요구이다. 더 좋은 환경, 더 편한 인프라를 위해 개발, 개발한다.

김오규 새마을지회장은 취임사에서 ‘개발시대의 역설’을 이야기했다. 배고픔에서 벗어났지만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로 더 나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파트타운 노원은 다시 도시인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 있다.

투기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그사이 집값이 제일 많이 오르고, 거래량도 제일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30년이 지난 낡은 아파트, 소형아파트인 게 오히려 투기의 매력이다. 재건축 때문이다. 구청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변방 노원이 주택공급지일 뿐이다.

동네에서는 서명운동에 벌어지고 있다.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짓는 것을 막아내자고, 학교 옆 초고층 청년임대주택을 막자는 서명이다.

개발과 보전, 양단의 선택만이 있는가? 그 선택을 위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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