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챙긴 자리

 

 

덜 챙긴 자리

 

              설해 방혜숙

 

과일을 고른다

작고 흠이 있는 것을 골랐다

썩은 한쪽에선 진물도 난다

과일은 부끄러운 듯 나를 훔쳐 본다

왜 나를 선택했느냐고

살짝 미소로 느낌을 전한다

너는 나를 꼭 닮아서라고

 

삶을 고른다

내 것 챙기다 마음을 갈아 엎는다

뒤에 오는 이가 애닯게 떠오른다

내가 썩을 자리만큼

내가 덜 챙긴 자리만큼

나는 사랑을 너는 행복을 먹을 것 같아서다

벌레 먹은 과일은 참으로 단맛이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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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학 시인 방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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