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처럼/고명진| ※고명진시인

대표고명진 | 조회 60 |추천 0 | 2017.10.25. 11:02 http://cafe.daum.net/ahomeandhome/HZBa/13 

 

기린처럼

 

                           고 명 진

 

나의 발아래에 놓인 것들은 품기가 힘이 들었다

무릎을 바짝 꿇거나 긴 다리를 양 갈래로 길게 벌려

몸을 낮추기도 나는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식어버린 내 것들은 풍 맞은 기린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비 맞고 있다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내 모든 것들과 내 몸뚱이가 서로 멀리 있다는 걸

 

아카시아나무 꼭대기 우듬지가 햇살을 받아

파릇하게 솟아있는 것이 누구의 것이 든

여물지 않은 우듬지를 따먹어야만했다

굿이 아픈 무릎을 굽히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긴 목을 늘려야하는 아픔을 격지 안아도 되기에

 

나는 너처럼 목을 길게 하지 않으리라

기다림은 그렇게 아프기에

차라리 하나 남은 우듬지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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