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미산면 아미리에 위치한 숭의전 전경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에 위치한 숭의전 전경
우리 역사에서 자력으로 통일을 이룩하고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남긴 고려, 바로 고려 5백년 역사의 발자취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 연천의 숭의전이다.

숭의전은 조선시대에 전 왕조인 고려 태조 왕건(王建)을 비롯하여 나라를 부흥시킨 4명의 왕들과 고려 16명의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사당으로서 하나의 국가기관이었다.

숭의전은 연천군의 미산면(옛 마전군) 아미리 임진강변의 아미산 자락 정상부 못 미쳐 조성된 아늑한 평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임진강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한눈에 조망된다.
이곳은 원래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이었던 앙암사(仰巖寺)가 있었던 곳으로도 전하여 진다.
또한 이곳은 왕건이 궁예의 휘하에 있었을 때, 고향인 송악에서 철원을 왕래하며 쉬던 곳으로 사료는 전한다. 그때 왕건이 마시던 우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숭의전 입구에 있는데 후세사람들은 왕이 마시던 샘이라 하여 어수정(御水井)이라 부른다.
1397년(태조 6)에는 고려 태조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을 건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 숭의전의 시초이다. 사당 건립 이후 1399년(정종 1년)에는 왕명에 의해 고려 태조를 비롯하여 혜종(惠宗), 성종(成宗), 현종(顯宗), 문종(文宗), 원종(충경왕, 元宗), 충렬왕(忠烈王), 공민왕(恭愍王) 등 고려 8왕의 위패를 봉안하였다.

이후 1425년(세종 7)에 이르러 조선의 종묘에는 5왕(五王)을 제사하는데 고려조의 사당에 8왕을 제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하여 태조, 현종, 문종, 원종 등의 4왕만을 봉향토록 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까지 이르고 있다.
2011년 숭의전 추계대제 모습
2011년 숭의전 추계대제 모습

1452년(문종 2)에는 전대의 왕조를 예우하여 숭의전이라 이름 짓고 고려 4왕과 더불어 고려조의 충신 16명 즉 복지겸(卜智謙), 홍유(洪儒), 신숭겸(申崇謙), 유금필(庾黔弼), 배현경(裵玄慶), 서희(徐凞), 강감찬(姜邯贊), 윤관(尹瓘), 김부식(金富軾), 김취려(金就礪), 조충(趙冲), 김방경(金方慶), 안우(安祐), 이방실(李芳實), 김득배(金得培), 정몽주(鄭夢周) 등을 배향토록 하였다.

또한, 고려 현종의 먼 후손을 공주에서 찾아서 순례(循禮)라는 이름을 내린 후 부사(副使)로 삼아 제사를 승계토록 하고 토지와 노비를 내렸다. 또한 마전(현 미산면과 왕징면 및 군남면 일부)의 읍격을 현(縣)에서 군(郡)으로 높였다. 마전군은 규모가 작아 없애자는 논의가 적지 않았으나 숭의전이 존재함으로 인해 군(郡)으로 승격되었고 그 위세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역대 고려왕조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국왕과 고려 전시기를 망라하여 충신으로서 또한 백성에게 공덕이 뛰어났던 신하들의 면모에서 우리는 장구한 500년 고려역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숭의전의 의미는 역대 고려왕조의 뛰어난 국왕 및 신하를 제사하고자 했던 조선왕조의 의도와 더불어 개성왕씨 및 16공신 후손들의 문중의 명예를 넘어 숭의전을 매개로하여 지역 커뮤니티가 재구성되고 활성화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숭의전 추계대제 모습
2011년 숭의전 추계대제 모습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숭의전 고려문화제가 그것이다.

숭의전 고려문화제는 지역주민 주도형 축제를 지향하며 지역민 중심 축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연천군 지역주민과 관내 작가 및 예술인 그리고 학생 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구성과 지역주민 직거래 장터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한편 숭의전이라고 하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제인 만큼 고려 역사에 대한 학계 및 일반인의 관심을 제고하는 일환으로 숭의전 및 고려를 테마로 하는 학술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물론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많은 볼거리 및 즐길거리는 부족하겠지만, 지역주민이 하나 되는 장으로서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숭의전 고려문화제”가 매회 발전 계승되어 연천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선사문화관리사업소 학예연구사 윤미숙)